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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박사

junwoopark 2021. 12. 11. 03:48

박사라는 태그에 심오함 내지는 엄격한 자격을 부여하다보면 그 기준이 한없이 높아질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적어도 박사에게는 특정 수준 이상의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박사는 특히 지적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삼는 부류의 인간이며, 박사라는 타이틀은 이를 직장 혹은 기대연봉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소비하려는 사람보다 자기 만족 내지는 자아 실현의 과정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더 어울린다 (...) 등등.
단번에 쌓아올려진 생각들은 아니지만, 관통하는 맥락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소위 <물박사>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경멸일것이다.
"적당히 얼른 박사를 따서(?) 대기업 내지는 철밥통 연구소에 가야지"와 같은 관점에 대해, 물론 그것이 폄하되어야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성격의 것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막연한 거부감 이랄까.

최근 주변 사람들이, 나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 포함하여, 하나 둘씩 그 가볍디 가벼운 태그를, 그것이 물속성이든 불(?)속성이든, 자신들의 이름 뒤에 붙이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다소간의 과거에 연차가 많이 다른 선배의 경우에서는 진심을 담은 존경 내지는 축하의 마음이 가득했는데,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들, 혹은 그리 멀지않은 선후배들의 경우에는 묘하게 불안하고 뒤처진 느낌을 받고 부럽고,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의심하게된다.
또한, 뜻하는 바를 곧게 바라보고 유학길에 오른, 오르는 지인들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언제, 어디서 박사학위를 획득하는지는 요지가 아니고,단지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노력, 스스로가 박사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성장, 결과로써의 증명들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알고보니 아주 순수한 생각은 아니었으며, 사실은 박사라는 것에 더욱 혹독한 기준을 세움으로써, 내가 아직 그곳에 미달하는 이유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박사라는 것이 지나치게 고귀하기 때문이라는 자기 위안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 임시방편적 회피도 이제 효력이 다 떨어진 클리셰가 되었다.

최근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내가 연구실을 돌리는 한낱 톱니바퀴에 불과한채로 대학원 시절을 끝낼 수는 없으며, 조잡하고 일관성없는 과제들에 이리저리 불려가며 교수님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이 굉장히 거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우리 교수님만큼 인품이 훌륭하신 분은 뵌적이 없지만, 아득바득 독고다이식 논문 연구를, 가능하다면 좋은 성과 논문들도 같이,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순도 100%의 즐거움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공부를 하고 나만의 것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마치 잊고 있던 주머니속 만원을 찾은 듯, 샛길을 한참 돌아서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돌아온 듯 만족스럽다.
다만 또 안주하거나 익숙해지거나 혹은 질려버리지 않으려면, 내가 세운 완벽함의 기준에서 100점이 아니라 80,70정도의 적당함으로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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