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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본문
나는 박사과정 4년차, 이제 곧 5년차에 접어드는 대학원생이다.
대학원에 진학할 당시에는 대학원에 가겠다고 생각한 것에 조금의 의문도 들지 않았다.
당연히, 그러나 막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른 선택지는 사실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장 적은 노력으로 아무것도 되지 못한 사람은 아니게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높은 확률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니까.
"나는 사실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이후에 이루고자 하는 더 큰 꿈이있어"와 같은 달콤한 말로 스스로를 속이기도 쉬웠다.
하지만 그리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그리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매달 따박따박 부족하지는 않은 수준의 월급을 받고,
연구라는 것이 대관절 무엇인지 불안하고 버거워하고, 보고서 한장도 제대로 쓰기 어려워진 요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연구실 생활에 안주해버린 지금 돌이켜보면 과연 나는 진짜로 그랬을까?
대단한 논문을 쓰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 논문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인용이되고, 이런 상황을 명예롭다고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부럽다고도 생각하는 나는 물론 아주 연구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아닐것이다.
갖지 못함에 애달프고 질투가난다는 것은 내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고, 적어도 그렇다면 가질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는 것일 테니까.
그치만 마음 한편의 작은 의문은 아직도 내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실력을 과연 지니게 될 수 있을 것이며, 나는 사실 이 길로 오면 안되었을 사람인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기껏해야 지금 주로 하는 일들의 확대/연장에 지나지 않을 앞으로 선택 가능한 직업군들에서 내가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 나는 그러므로 자기 효능감의 부재로 영원히 점점 가라앉게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게 하고 고민하게하고, 지금 당장 주어진 일들에, 예를 들자면 논문 작성,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그것들을 지금 왜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변명거리를 되려 열정적으로 찾도록 한다.
하지만 사실 이것도 이제는 너무 진부한 변명이다.
그것이 너무 사실이라, 나를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말이라 다소 불편하기까지한 문구 "(대충 굉장한 사람)은 변명을 찾지 않고 방법을 찾는다" 가 또 한번 나를 스친다.
나는 무엇이 하고싶은걸까?
한때 주문처럼 의문 없이 받아들였던 어떤 생각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고, 특히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들을, 이런 생각을 했던 그 당시로는 공부나 연구 등,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나를 대단하게 여기도록 하는 막연한 무엇인가를 (잘) 하고 싶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내가 이 세상에 나오게된 의미가, 사실은 쥐뿔 없을지라도, 내가 초래한 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였음 이라고 자부심을 느끼고 싶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막연하지만 소위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싶었던 것 같다.
그 누구와 비교해도 비슷하고 똑같은 아무나가 아니라, 최소한 개인적인 기준으로라도 대단하다고 여길 수 있는 범주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그 모습과 얼마나 가까울까.
아직 다소 멀다면 나는 왜 지금 상황에 안주하고 있고, 익숙함에 파묻혀있을까.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 자체가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현재의 내가 만족스럽지 못한데, 대관절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 익숙함을 타개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던진 질문이었는데 이렇다할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나는 무엇이 하고싶은걸까 하물며 나는 무슨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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